정치권에서는 사안의 성격상 이번 갈등이 어중간하게 수습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적인 상처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양측 모두 간단히 물러설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감찰무마 의혹'과 '하명수사 의혹'을 두고 고조되던 청와대,여당과 검찰 간 대립 구도는 이날 검찰의 청와대 비서실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검찰의 수사가 간접적으로 알려져 왔던 이제까지의 양상과는 달리 백주 대낮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청와대 비서실, 그 중에서도 핵심인 민정수석실에 검찰의 '물리적 수사력'이 행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논란의 여파로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검찰이 수사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지만 오히려 청와대를 겨냥한 칼은 한층 날이 세워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청와대를 향해 이번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가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 역시 정면으로 맞설 태세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이 벌어진 뒤 '수사 중인 사건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지만 전날 검찰을 겨냥해 "유서에 있지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있다"고 공개 경고를 하는 등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청와대는 이날도 브리핑을 열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보고서 접수 및 처리과정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고인이 된 동부지검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경위를 두고 통상 외부에는 비밀로 하는 특별보고서까지 언론에 배포하는 등 해당 의혹에 완전히 선을 긋는 모습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의 의혹 보도를 겨냥하며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을 겨냥한 비판이지만, 동시에 검찰 수사 자체를 겨냥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민주당에서는 한층 더 격한 반응이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결백하면 지금이라도 검경 합동수사단을 꾸려 모든 증거와 수사 과정을 상호 투명하게 공유하고 검경이 함께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은 특검을 통해서라도 이 사건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으니 특검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압박성 발언이다. 이 대표는 특히 "이번 사건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의 수사를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주 막 가자고 하는 것", "검찰이 자기들 눈 밖에 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본인들의 조직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고 하는 무소불위의 검찰"이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또 검찰 공정수사 촉구 특별위원회도 구성했고 특위는 당장 윤석열 검찰총장을 항의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충돌양상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권, 검찰 모두 이제는 뒤로 되돌아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결국은 한 쪽이 파국을 맞을 때까지 '치킨게임'을 계속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청와대의 경우 이번 논란이 제대로 수습되지 못할 경우 정부의 도덕성이 타격을 받으며 국정 장악력을 단숨에 상실하고 나아가 '조기 레임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칫 왜곡된 정보가 흘러나오거나 의혹이 부풀려진다면 커다란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지만 청와대 물밑에서는 검찰의 수사에 대한 '의도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여당 역시 총선을 4개월여 앞둔 가운데 이번 의혹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대형 악재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검찰 역시 이번 수사에 조직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분석이다. 검찰로서는 지나치게 무리한 수사로 비춰질 경우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반대로 수사에 힘이 빠진다면 '현재 권력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을 살 위험도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매듭지어질지는 아무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kbc77@hanmail.net


